좋... 좋은 커버다.





 1Q84의 도입부에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가 어머니를 애무하고 있는걸 목격하는 한살 반 때의 경험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주인공 탱고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장기를 거치며 그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떠올릴 때마다 온몸이 굳고 식은땀이 흐르며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맞는다. 이 경우 트라우마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사건을 주체가 인지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나 히스테리아라고 봐도 좋을 것이 그의 증상은 히스테리아 환자들이 겪는 발작과 어느정도 교집합을 이룬다는 이유에서다. 프로이트가 히스테리아의 근본적인 원인을 성장기 성적 학대나 판타지에서 찾았음을 상기해 본다면 무라카미가 묘사하는 탱고의 기억은 대단히 오이디푸스적인 동시에 실제 신체의 접촉을 통해 가해지는 성적 학대 못지 않은 정신적인 위해성을 지니고, 그로 인해 그 끔찍한 기억이 무의식에 잔재해 유아기 건망증을 견뎌 내다가 청소년기 어느 시점에 전혀 관련없는 사건이 발단이 되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돌아왔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탱고의 이 기억이 오랜 시간 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혼잡스럽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기에 히스테리 증상의 치유는 피상적인 레벨에서의 기억의 이해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배경의 비밀을 알고 고통스러우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편 유아기 기억이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에 끼친 영향의 이해를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탱고와 아버지 간의 소통을 필요로 하기에 나는 탱고가 가진 상처가 프로이트가 묘사한 카타르시스법 (cathartic method) 과 비슷한 맥락으로 치유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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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시험을 치는 아는 형을 따라 면허시험장에 가보았습니다. 사람들로 빽빽히 가득 찬 좁은 대기실에는 답답한 공기가 맴돌았습니다. 한줄에 다섯 개씩 다섯 줄로 비치되어 있는 의자는 가득 찼는데 맨 마지막 줄 왼쪽 의자에는 가늘가늘한 몸매에 빨간 티셔츠와 카프리 청바지를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저 멀리 데스크를 향해 고개를 삐쭉 내밀고 있었습니다. 뒤로 넘겨 묶은 머리가 깔끔해 보이고 잘록한 허리 아래로는 얇은 다리가 이어지며 하얀색 캔버스화와 한번 접은 청바지단 사이로는 뽀얀 발목이 드러났습니다. 의자를 양손으로 잡고 곧게 편 허리를 하고 있던 그 여자는 심심했는지 자그마한 소설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하더니 이내 책을 덮고는 무릎위에 올려놓습니다. 번호표를 받아든 형과 나는 몇 분간 그 여자의 뒤에 서있으면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따위의 몇 마디를 주고받았습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우리가 주고 받는 한국말이 신경쓰여서 였는지 누구인지 궁금했는지 뒤를 몇 번 돌아봤습니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순번이 깜빡이는데 그 여자 옆에 있던 흑인 아저씨가 일어나고 그 앞줄의 오른쪽에 앉은 아줌마도 동시에 따라 일어납니다. 자리가 난 김에 앉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나보다 약간 더 앞에 서 있었던 형은 자신과 가까운 위치인 그 여자의 옆의 빈자리로 가고 나는 하는 수 없이 그 앞줄의 빈자리로 갔습니다.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길 것 같기만 한 대기시간 이었고 양 옆을 둘러보아도 얘기할 만한 사람은 없어보였습니다. 다행히도 이럴줄 알고 집에서 나올 때에 가방에 아이팟과 무라카미의 상실의 시대, 빨간 표지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논문 발췌본, 그리고 카포티의 In Cold Blood 를 가져왔습니다. 가방에서 상실의 시대와 보라색 형광펜을 꺼내든 나는 뒤에 앉은 그 여자의 얼굴이 궁금해서 뒤로 몸을 돌려 가방을 내려 놓고는 그 여자의 얼굴을 한번 보았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밝은 빛깔이 도는 깔끔해 보이는 피부에 입가에 점이 하나 있었고 옆으로 약간 고개를 튼 자세는 하고 있었기에 오똑한 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을 잘 관찰 하지 못했지만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딱히 이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깔끔한 외모였습니다. 그 여자는 지루해 보였고 나도 책을 읽기 보다는 말을 트고 싶었지만 형이 그 여자 옆에 앉은 덕분에 그럴 수 없게 되었고 내 머릿속에는 형에게 눈치가 보이더라도 왜 먼저 가서 그 자리에 앉지 않았나를 후회했습니다. 할수없지만 귀에 이어폰을 꼽고 상실의 시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293쪽 짜리 인데 얼마 전에 읽기 시작해 어느 덧 막바지인 260쪽 가량에 이르렀습니다. 집중하고 몇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시야에 여러가지 모양새의 뒷통수들이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흑인 아저씨의 주름 접힌 머리, 백발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의 머리, 열두셋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의 찰랑이는 금발머리, 그리고 중국인으로 추측되어 지는 여학생의 짧은 커트머리까지 일관성없고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같은 모양의 검은 의자에 앉아 자기의 순서를 기다립니다.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울리지 않을거 같이 보이는 것들이 모여있는 건 내 시야안의 사람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본질이 모호한 코메리칸이고 내가 있는 곳은 미국에서도 촌동네에 속하는 아이오와이며 동네 코흘리개 고등학생부터 배나온 백인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히스패닉 이민자들까지 모여드는 면허시험장에 와서 검정색 그래픽 면티에 회색 빛깔이 도는 검정색 반바지, 하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아저씨 쓰레빠를 신고 영어로 번역된 상실의 시대, 그것도 야설을 발췌해 왔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후끈해 지는 단락을 읽으며 러시아산 80년대풍 복고 일렉트로니카 Tesla Boy 를 듣고 있습니다. 문득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머쓱한 기분에 주변을 들러보니 그 여자가 자기 차례인지 데스크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입니다. 말을 걸어볼 기회는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 상실의 시대를 읽습니다. 마지막 챕터에 다다랐을 즈음에 형이 자기 순서라고 운을 빌어달라고 합니다. 동시에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도 자기 순서가 되었는지 자리에서 읽어나고 내 옆자리는 잠시동안 공석이 됬습니다. 어느덧 이 소설도 거의 다 끝나갑니다. 상처투성이에 나약하고 부러지기 쉽지만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강한 척을 하던 주인공의 여자친구 나오코가 결국 끝에 가서는 목숨을 끊을 것이라는걸 나는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와타나베였다면 아픔과 충격을 뒤로 하고 미도리와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가기를 택할 것 같지만 소설은 끝의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연상의 여인 레이코를 통해 나오코의 얘기를 계속해 나갑니다. 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하여 키즈키와 나오코의 언니의 자살이 나오코에게 영향을 끼친 것 처럼 나오코의 죽음이 주인공 자신으로 하여금 꼬일대로 꼬여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의 실타래에 감옥처럼 갇히게 하기를 거부하고 굳세고 강하게 일어나 산자로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 꾿꾿히 살아나가기를 바라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 소설의 끝, 마지막 두페이지에 남겨진 이야기들을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마저 읽어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왠 뚱뚱한 청년 한명이 내 옆 빈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는데 이 더운날에 데오도란트를 바르는 걸 깜빡 한 모양인지 땀냄새가 코를 슬금슬금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흐름이 끊어집니다. 그리고 나는 책을 덮었습니다. 짜증이 나서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가려는 마당에 그 청년과 눈이 잠시 마주쳤는데 나는 생긋 웃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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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저것  |  2011.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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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러라 질러!!  |  2011.04.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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