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커다란 돌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다가오는 2학기부터 서울시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체벌금지를 발표했다고 하는군요.




기사 참조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00720/29988138/1&top=1





교육부의 구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저이지만 서울시의 결정이라는 점과 과도한 체벌이 폰카등을 통하여 인터넷에 이슈를 만들어내는 최근의 추세를 생각해보면 체벌이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금지되는 일은 결국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파격적인(!) 결정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제가 자주 체크하는 제법 큰 인터넷 커뮤니티는 퍽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사이트인데 체벌전면금지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대충 두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첫째는 교권보호를 위함이고 둘째는 요새처럼 넘쳐나는 악한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둘다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나 거짓말 좀 보태서 학교에서 개처럼 맞고 자란 나이드신 세대의 입장에서 회초리 없는 학교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요. 헌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연 체벌권이 보장되어야 교권위기가 해소되고 악질 청소년을 통제하는데 있어 체벌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답이 나옵니다.






오늘날에 대한민국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문제가 많은 세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욕설/폭력이 일상화 되었음은 물론이고 성범죄와 절도/폭행, 심지어는 살인으로 신문 일면을 종종 장식하고 있으며 범죄 수법은 "애"답지 않게 치열하고 악랄해 졌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 책임을 가정교육의 부재와 교권상실/교육시스템에서 찾고 있습니다. 제 입장은요? 물론 유교적인 정서 - 가정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학교는 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되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는 사고 - 를 헤아려 본다고 해도 단순히 가정과 학교가 할일이 다하지 못했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한국을 나와 미국에서 7년째 살아오고 있는 저에게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은 추억과 아픔이 반반씩 섞인 기억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거의 마칠 무렵까지 부산 해운대에 살았었는데 저는 전학을 가기 전까지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번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명찰을 달지 않은 선배를 잡았는데 그 선배가 나중에 친구하고 같이 찾아와 뺨을 때린거 빼고는 말이죠. 그 마저도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얘기를 해서 결국 그 선배들이 벌을 받고 제게 사과를 했으니 얼마나 분위기 좋은 학교였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그 후에 대전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저는 학교폭력이 만연하고 교사가 그것을 방관하는 학교분위기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때까지 일진이 무슨 단어 인지도 몰랐고 점심시간에 화장실 창문에서 시뿌옇게 연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아이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데 선생들은 그걸 모르는체 하는 학교가 존재하는 지도 몰랐습니다. 청소시간에 키가 큰 아이하고 같이 복도를 배정받았는데 일은 죄다 제가 다 하고 그 아이는 옆반 친구하고 노닥거리는걸 본 3일째 제가 불평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일진이었습니다. 비가 올듯 말듯한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그날 일어난 일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불만이 있으면 항의를 할 수 있고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선생님에게 알려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당연히 여기던 저로서는 그 충격이 어느동안 가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늘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사회 전반의 "정의감의 상실"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아이들이 두려워 거기에 따라야 하고 폭력에 시달려도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의 현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모난돌이 정맞는다 따위의 말들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의 부재와 닮을 꼴을 하고 있습니다. 불의 (혹은 더러운 꼬라지)를 보고도 해를 당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다음 세대에게 "더러운 꼴 보지 않으려거든 네가 잘나라" 라는 가르침을 전하는데 학교라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없을까요? 정의를 말하면 조롱을 받아야 하고 젊은 패기에 정의 실현에 시간과 노력을 들임은 어리석임으로 취급되고 구조에 순응함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에게 어른들이 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복종, 아니면 "네가 더 잘나라." 입니다.







결국 학교폭력을 없애고 청소년범죄율을 줄이는 길은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을 요구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겁내지 않고 당당할 수 있고 약자가 강자의 그릇됨을 지적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실현되어야지만 가능한 일이겠지요. 얘기가 좀 샜는데, 서울시교육부의 체벌전면금지는 인터넷과 폰카메라의 보급에 따른 과도한 체벌이 불러온 논란을 줄여보고자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으나 학교폭력을 없애는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도에 상관없이 환영할 만 합니다. 체벌을 하지 않음으로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여러가지인데 이는 체벌을 통해 교사의 위엄을 유지한다던가 문제일으키는 학생을 잠시나마 통제할 수 있는 이득하고는 비할 수 없이 가치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인격체로 대할 수 있으며 그러하기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시에 교사도 아니고 부모도 아닌 학생 그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제도적으로 문제 학생들을 격리/교육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겠지요). 이것은 학생 본인에게도 책임감과 옳고 그름의 판단력을 길러주기에 교육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또,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커서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더 높다고 했습니다. 폭력에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죠. 사회 전반적으로 신체적인 폭력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 되려면 비록 사랑의 매라고 할지라도 없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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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저것  |  2010.07.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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